[미주신경성실신]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면 '혈관미주신경성실신'을 의심하라.
이 글의 요약
신병이 점호 도중 쓰러진 당직 사례로 시작해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의 원인과 전조 증상을 설명합니다. 쓰러진 사람을 눕히고 다리를 올리는 응급 대처, 병원 검사, 혼동할 수 있는 다른 실신 원인을 정리했습니다.
목차 (5)
오늘은당직날입니다.
겨울에는 환자가 많지 않았는데 날씨가 점차 따뜻해지니 환자도 따라 늘더군요-_-;;
발목을 접지른 환자, 운동하다 덤벨에 찧어 손가락이 찢어진 환자, 배가 아프다고 무작정 찾아온 환자...
모처럼 환자 풍년(?)에 바쁜 당직을 보내고 저녁 10시때쯤 이었던가요?
가쁜 숨을 거두고 좀 여유를 갖으려는 찰나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한명이 갑자기 점호 도중 쓰러졌습니다. 의식이 없어서 의무대로 후송 중입니다."
평소에도 환타(당직날에나 일과중에 환자가 유독 많은)인 제 운명을 탓할 사이도 없이 의무대 문이 열렸습니다.
실신했다고 보고되었던 아이는 눈도 뜨고 질문에도 대답하는 등 회복 양상을 보였지만 자기가 어떻게 쓰러졌는지, 얼마만큼 기억을 잃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환자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혈압이나 맥박, 체온, 호흡 수 등 간단한 활력징후(vital sign)를 측정한 후에 심전도를 검사하였는데 다행스럽게도 큰 이상은 없어보였습니다.
사건(실신)이 발생했을 당시의 주변상황을 들어보니
오늘 처음 부대에 배치된 신병이 다같이 모여 저녁점호를 받던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서 관물대에 머리와 목을 부딪혔으며 이후 바로 부대로 후송한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입대 후에 극심한 스트레스와 피로가 합쳐져서 실신으로 나타나지 않았나 싶어 환자를 안정시키고 나서 경과를 지켜보기 위해 입실 조치를 취하고 추가 조치를 고려 중 입니다.

이처럼 갑자기 쓰러져서 정신을 잃었다가 잠시 후 다시 의식을 차리는 현상을 실신(syncope)이라고 하며 이번 경우에는 여러가지 실신 중에서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일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병명이 어려워서 낯설게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어렸을 적 애국조회 시간에 교장선생님 말씀이 길어지면 갑자기 픽~!! 하고 쓰러진 친구들에 대한 기억이 한 두번은 있으시죠?
그런 증상을 혈관미주신경성 실신(vasovagal syncope)라고 한답니다.

♧ 혈관미주신경성실신은 왜 생기나요?
Answer: 혈관미주신경성실신은 실신 중에 가장 흔하며 의외로 젊은층에게 자주 발생합니다. 미주신경(vagus nerve)이란 12번째 뇌신경 중에 10번째 뇌신경으로 인두, 후두, 기도, 장기 등을 관여하는 부교감신경입니다.
오랜시간 움직이지 않은 자세로 서 있을 때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때, 밀폐된 곳에서 공기가 나쁠 때나 역겨운 냄새를 맡거나 시각적으로 끔찍한 장면을 보았을 때. 배변, 배뇨, 기침 도중 등 여러가지 이유로 미주신경이 활성화가 일어나게 된 경우에 맥박이 느려지고 혈압이 떨어지면서 뇌로가는 혈류량이 감소하다가 실신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 실신 외에 어떠한 증상이 있나요?
Answer: 우선 실신은 수초에서 수십초간 짧게 의식소실과 함께 쓰러지면서 발생합니다. 환자 본인이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event(실신)이 발생하기 때문에 쓰러지면서 머리를 부딪히거나 신체에 타박상을 입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행히 실신은 아무런 조치 없이도 회복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과입니다.
실신의 전구증상으로는 혈압과 맥박이 떨어지고 식은 땀이 날 수 있습니다.
또한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메스꺼우며 온 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증상이 동반될 수도 있으며 눈이 침침해지거나 시야가 깜깜해지는 것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전구증상들은 실신 이후 의식이 회복하면 소실되는 것이 보통이나 가슴이 답답하거나 속이 안 좋은 느낌 등은 한동안 유지될 수도 있습니다.
♤ 환자가 발생하면 어떻게 처치해야 하나요?
Answer: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은 뇌혈류가 회복되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회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팔짱끼고 볼 수는 없겠죠 -_-;;;) 환자가 발생할 경우에는 눕혀서 다리를 위로 올려주는 shock position 을 취해 뇌로 가는 혈액량을 증가시켜 줍니다. (만약 몇분이 지나도 계속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젖꼭지를 꼬집거나 흉골 가운데를 압박해서 환자를 깨워보도록 합니다. 이래도 안 일어날 경우에는 심폐소생술을 고려하며 바로 119에 신고를 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벨트가 꽉 메여져 있던가 옷이 너무 작다면 느슨하게 풀어주고 (드물지만) 환자가 토한다면 토사물이 기도를 막지 않도록 고개를 옆으로 돌려 주는 것이 좋습니다.
의식을 잃은 환자에게 물을 마시게 한다던가 하는 행동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또한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은 혈관 확장이 일어날 만한 상황들(더운 장소, 허기, 음주, 피로, 너무 힘든 배변 상황)을 미리 주의하는 것만으로도 예방효과가 있으니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 병원에 가면 어떤 검사를 받을 수 있나요?
Answer: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은 진단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실신의 원인이 심장 이상이나 빈혈, 약물 등 다른 원인 때문이 아닌지를 배제하는 검사를 합니다.
- 심전도검사 : 심장이 박동될 때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감지하여 부정맥이나 심장에 이상이 있는지를 먼저 선별하기 위해 실시합니다.
- 혈액검사 : 실신의 원인이 빈혈(anemia) 때문인지를 알아볼 수 있으며, 몸의 염증이 있는지나 간수치 등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합니다.
- 심장초음파 : 심전도 검사 상에서 이상이 있을 때 실시하는 경우가 많으며 초음파를 이용하여 심장의 상태, 판막의 기능부전 등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합니다.
- 기립경사검사 : 위의 검사를 통해 실신의 원인이 확인되지 않을 때 선택하는 검사로서 몸을 경사판에 고정시킨 후 경사판을 위-아래 및 여러 각도로 변화시키면서 심장박동과 혈압변화를 관찰하는 검사입니다.
▣ 혈관미주신경성 실신과 혼동할 만한 질환에는 무엇이 있나요?
Answer: 실신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귀의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의 이상이나 기립성 저혈압, 히스테리성 쇼크(이 때에는 '누울자리를 보고 쓰러지는 것처럼' 털썩 한번에 쓰러지기 보다는 순차적으로 쓰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물 유발성 실신, 출혈이나 설사, 구토로 인한 혈액량 감소, 심장성 실신 등이 있습니다.
따라서 실신의 원인이 다른 질환으로 인한 것이 아닌지를 확실히 감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갑자기 눈 앞에서 사람이 쓰러지면 당황하면서 아무것도 못하면서 시간만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럴 때일 수록 "아는 것이 힘이다" 란 말을 가슴 깊이 느끼게 됩니다.
응급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판단하실 수 있도록 지금 지식을 쌓아가는 여러분의 노력이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