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의 효과에 대한 소개
이 글의 요약
침이 몸에 작용하는 원리를 국소 효과·분절 진통·분절외 진통·중추 조절·근막발통점 다섯 가지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한의학적 설명과 함께 신경펩타이드·엔도르핀 등 현대 의학 연구로 밝혀진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글은 이전보다는 약간 심도있는 주제인데요.
바로 "침의 효과"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제가 침구과 전문의 이지만 저 역시도 침에 대한 관이 뚜렷하지 못했고... 밖에서는 침의 효과나 기전에 대해서 너무 신비감이나 동양의학적인 설명만을 중시한 나머지 비과학적이라는 오해도 받았던 터라 잠시 흐트러진 마음을 잡고 블로그를 새출발에는 적합한 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딱딱하지 않게 설명하려고 노력할테니 관심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침에 관한 기존의 한의학적 설명은 "기가 잘 통하지 못하여 생기는 비생리적인 상태를 소통시켜 병을 고친다"(不通則痛 通則不痛)라는 것을 중심으로 그 밖에도 "기가 편중되어 있거나 부족한데서 비롯된 비건강상태를 침치료를 통해 (과한 것을) 덜어주고 (부족한 것을) 보충해서 병을 고친다."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옳은 설명이지만 복잡한 인체와 생리병리를 고려할 때 뭔가 설명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요즈음에는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 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침의 효과를 인정하며 과학적으로 (여기서 말하는 과학적이라는 말은 현대의학이나 기초의학을 뜻하며 상대적으로 한의학이 비과학적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침의 원리나 효과를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계 유명 연구진이나 병원등지에서 침의 효과를 규명하기 위해서 많은 자금과 노력, 연구진을 투입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하버드 의대와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손을 잡고 공동연구를 한다고 할정도로 침의 효과에 대해서는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어떻게 침의 효과를 보다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해석하는가' 로서 제가 지금부터 소개할 침의 효과나 기전도 지금까지와는 약간은 다른 서양의학적인 해석입니다. 한의학적인 침의 효과와 함께 알아두시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입니다.



침의 임상적 효과 - 국소적 효과 (Local Effects)
- 침은 주로 작은 수초신경섬유에 작용하여 신경계를 통해 작용합니다.
우리 몸에는 피부와 근육에는 A 섬유와 II/III 형 신경등이 있는데 침은 주로 A 섬유를 자극하여 활동전위를 생성하게 되고 이는 혈관확장과 국소 혈액순환을 증가시키는 여러 신경펩타이드의 분비를 자극합니다. 이때 생길 수 있는 침 감각을 득기(得氣;de qi)라고 하는데 마비감(痲)이나 팽만감(脹), 무거움(重), 시린 통증(酸) 등을 말합니다. 한의사가 침을 놓고 나서 침을 제대로 놓았을 경우에 느끼는 '전기가 통하는 듯한 뻐근함(또는 찌릿함)'을 "산마중창"이라 하는데 위에 설명드린 감각을 말합니다.
아무튼 침자극에 의해 분비된 신경펩타이드들(CGRP, NGF, VIP 등)은 혈관확장 및 신생혈관의 형성을 촉진시켜 손상된 인체의 회복을 용이하게 합니다. 모든 피부나 근육에 침치료를 할 때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신경분포가 된 건강한 피부나 근육 등에 자침할 때 더 나은 효과가 나타나는데 일반적으로 경혈(經穴; Acupuncture point) 라는 부위에 자침을 했을 경우에 효과가 다른 부위에 비해 더 크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통념과는 달리 경혈은 고정되어 있기보다는 사람마다 약간의 편차는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변에서 "OO지점에서 몇 cm 아래가 무슨 혈자리래." 라고 하는 천편일률적인 설명은 틀릴 확률이 높은 것도 이와같은 이유입니다.침의 임상적 효과 - 분절 진통 (Segmental Analgesia)
- 피부 및 근육과 겉운 채성 구조와 내장기관으로부터 구심성 신호는 후각에서 하나의 경로로 융합되어 뇌로 올라갑니다. 침은 같은 분절 단계에 있는 근육에 침을 놓음으로써 내장 기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융합을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말초에서의 신경 자극은 척수의 후각으로 들어갑니다. 이러한 구심성신경은 척수에서 반대편의 좌/우로 신호가 교차된 후 올라가서 뇌간(Brain stem)을 타고 중뇌나 시상 및 대뇌전면에 영향을 끼칩니다. 침은 피부와 근육에 있는 A 신경을 자극하여 후각에 있는 연결세포를 활성화 시키며 이때 통증 전달을 막는 엔케팔린이라는 신경 조절 인자를 방출합니다. 엔케팔린은 같은 척수 절편의 신경 영역이 담당하고 있는 부위의 통각 경로를 막아 통증을 진정시킬 수 있는데 (만약 동일한 신경 분절 단계일 경우에는) 근육이나 피부 뿐만이 아니라 내장 기관에 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를 임상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침의 임상적 효과 - 분절외적 진통 (Extrasegmental Analgesia)
- 침 자극에 의해 척수에서는 엔케팔린, 뇌에서는 베타-엔돌핀이라고 불리는 아편계 펩타이드(신경 조절 인자)가 방출됩니다. 엔케팔린과 베타-엔돌핀 등의 아편계 펩타이드는 표적 세포의 활성을 변화시켜서 진통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아직 그들의 정확한 역할에 대해서는 완벽히 연구되지는 못한 실정입니다. 이 밖에도 침 자극에 의해 세로토닌이 방출되는데 세로토닌은 중뇌에서 활성화되어 척수의 모든 후각을 억제하여 몸 전체의 일반화된 진통(통증에 대한 역치를 올려주는 역할)을 유도합니다. 전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절외적 진통을 일으킬 수 있는 혈자리는 그동안 매우 다용되었던 합곡(LI4), 곡지(LI11), 족삼리(ST36), 태충(LR3) 등인데 분절외적인 진통 효과는 다른 치료 기전보다 오래 지속되며 반복이 되었을 때 누적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일주일에 한번~두번 정도 정기적으로 꾸준히 침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침의 임상적 효과 - 중추 조절 효과 (Certral Regulatory Effects)
- 통증에는 감각적 요소와 정동적 요소가 있습니다. 감각적 요소란 통증의 속성, 질, 양, 지속 시간 등이며 체성 감각 피질에 등록(or 기억)되며 정동적 요소란 통증이 얼마나 심적으로 불편하게 느끼는가를 말하며 변연계에 등록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통증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통증의 감각적 요소로서 진통 효과를 통해 통증의 정도나 시간을 낮추려는 치료를 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질병(여기서는 통증)이 있는 사람이 짜증이 많이 나거나 불쾌하고 불능상태를 초래할 경우 이는 감각기관을 통한 불편함 때문이 아니라 심리적인 이유가 큰 경우가 많습니다.
침치료를 시행한 후 대뇌 변연계를 Functional MRI 로 촬영한 결과 침치료 전후의 대뇌 변연계의 활성도의 차이가 관찰되었는데 미루어볼 때 침치료가 대뇌 변연계의 유용한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침의 다른 임상적 효과는 침자극의 종류나 자극 부위, 지속 시간에 따라서 달라지는 경향이 있으나 중추 조절 효과는 침자극 때의 분위기나 환자와 시술자의 교감상태, 환자의 심리상태 등이 상대적으로 영향을 더 끼친다는 사실입니다.침의 임상적 효과 - 근막발통점 (Myofascial Trigger Points)
- 침은 근육이 손상되어 종종 민감하고 과도하게 예민한 병소에 도움이 되는 치료법이 될 수 있습니다.
아마도 모든 분들이 근육을 과사용하거나 피로가 축척된 경우에 근육에 긴장이 생기고 단단하게 뭉치는 것을 한번쯤은 경험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를 근막발통점(MTrP)이라고 하는데 해당 근육의 통증 뿐만 아니라 관절운동의 장애, 근육 사이로 흐르는 혈관이나 신경의 협착(Entrapment)로 인한 자율신경증상 및 내장기관의 기능저하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침은 근막발통점의 긴장상태를 완화하거나 유발인자를 제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병리적 상태를 치료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침치료 후에 스트레칭을 하고 온찜질(혈관이나 신경의 협착으로 인한 증상은 온찜질을 할 경우 때로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여야 합니다.)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까지 설명드린 서양의학적 침의 기전 역시 잘 갖추어졌으나(?) 완전한 것은 아닙니다. 침의 효과와 기전에 대해서는 지금도 많은 연구가 펼쳐지고 있으며 새로운 발견을 할 수록 점점 더 체계화되고 보다 완전한 논리를 갖추어 나갈 것입니다. 제가 복잡한 말로 (저 역시 100% 완벽히 이해하고 임상에 적용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침에 대해서 설명 드린 이유는 침이 단순히 고리타분한 치료 도구가 아니고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가고 있으며, 과학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치료 도구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 것으로 침에 대한 개괄을 살펴 보았으며 다음 시간에는 침에 대한 좀 더 친근하고 쉬운 주제를 가지고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