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눈으로 바라보는 "가짜 백수오 사태" 와 '백하수오 적하수오' 이야기
이 글의 요약
가짜 백수오 사태를 계기로 백수오(백하수오)와 하수오(적하수오)의 차이를 한의학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두 약재의 기원과 생김새, 갱년기 만병통치약처럼 광고된 점의 문제, 가짜 백수오로 문제가 된 이엽우피소를 정리했습니다.
한달쯤 전부터 였을까요?
주변에서 제게 '하수오, 백수오'가 어떤 효능이 있는지...
아무나 먹어도 되는지, 한의학에서는 하수오를 어떤 용도로 쓰는지 물어보는 분들이 많아지셨습니다.
오늘도 벌써 제게 비슷한 질문을 하시는 환자분이 한두분은 있었던 것 같네요.
이러한 질문과 궁금증을 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한의사인 제가 할 일이기도 하지만...
이번 사태 때문에 불안감과 불신이 정작 문제를 일으킨 건강기능식품 뿐만 아니라
한약이나 한의학 전반에 대해서도 퍼지는 것은 아닐까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오늘은 한의학에서 바라보는 백수오와 하수오에 대해서 포스팅 글을 연재해보려고 합니다.
'백수오'와 '하수오'는 어떻게 다른가요?
정확한 이름부터 말씀드리자면 백수오는 백하수오로, 하수오는 적하수오로 말하는 것이 맞습니다.
백(하)수오와 (적)하수오는 비슷한 효능도 있지만 기원에서부터 차이가 있는 식물입니다.
백(하)수오는 '박주가리과 식물인 큰 조롱의 덩이 뿌리'를 말하는 것이며,
(적)하수오는 '마디풀과에 식물인 적하수오의 덩이뿌리'를 말하는 것입니다.
현재는 우리나라에 백하수오와 적하수오가 모두 재배되고 있지만
조선 말기에는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자생하지 않는 적하수오를 대신해서
백하수오 중 하나인 '은조롱'을 하수오 대용으로 사용함으로써
백수오와 하수오가 혼동되어 사용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백수오는 하얀색에 가깝고 좀 더 가는 형태이고,
하수오는 고구마처럼 갈색이나 붉은 빛을 띄고 있으며 좀더 두껍고 울퉁불퉁한 형태를 띄는 것이 많습니다.

(백하수오 자료 출처 : http://worldcontrol.tistory.com/329))

(적하수오 자료 출처 :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LJ3e&articleno=4896074))
백수오나 하수오 모두 한약재로 쓰는 약재로 비슷한 특성만큼이나 차이도 있으므로 차근차근 설명드리겠습니다.
백수오와 하수오는 어떤 효과가 있나요?
백수오와 하수오 모두 자양 강장 효과로 기혈이 쇠한 사람에게 썼을 때 좋은 효능이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 (적)하수오에 대해 설명한 것을 보면
'성질은 평하고 따뜻하며 맛은 쓰면서 떫은 맛을 지니고 있다.
독성은 없으며 피부병(나병, 종기나 부스럼, 치질)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
피로가 쌓여 여윈 사람에게 좋으며 가래나 적취, 산후 산모의 질환이나 부인병(적백대하)를 모두 치료할 수 있다.
혈기를 이롭게 하며 근육과 뼈를 충실하게 하고 정수를 보하며 머리카락을 검게 하어 늙지 않고 오래 살게 한다.
본명은 '야교등'(夜交藤)이나 하수오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은 다음 일례에 따라 얻어진 것인데,
본래 몸이 약하고 늙도록 아내도 자식들도 없었던 한 사내가 있었는데 어느날 술에 취해서 밭에 누워 있다가
한 덩굴에 두줄기가 따로 난 풀의 잎과 줄기가 서너번을 서로 감겼다 풀렸다 하는 것을 보게 되었고,
이상하게 생각되어 뿌리를 채취해서 햇볕에 말려 찧어 만든 가루를 술에 타서 7일 동안 복용하였더니
성욕이 증진되었으며 백일이 지나서는 오랜 병들이 모두 나았고 10년 후에는 여러 명의 아들을 낳았고 130살이나 살게 되었다
는 설에서 유래하였다.'
는 설명이 있는데 이처럼 적하수오가 먼저 약용으로 두루 쓰였던 것으로 보이며
백수오가 한약재로 쓰이게 된 것은 조선말기 이제마 선생의 '동의수세보원'에서 체질에 맞춰 소음인의 약재로 백수오를 처방하시면서 많이 쓰이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마 선생은 백하수오를 가지고 인삼과 비교하였는데
"백하수오와 인삼은 효능이 비슷한 데가 있다.
양기를 순환시키는 힘은 인삼보다 백하수오가 못하지만 몸을 따뜻하게 보강해주는 힘은 인삼보다 뛰어나다.
다만 백하수오는 몸을 따뜻하게 보해주는 약이므로 몸에 열이 많거나 자주 열감이 달아오르는 사람, 식욕이 좋거나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주로 실증)에는 삼가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라고 언급하여 백(하)수오의 효능을 강조하였습니다.
최근에 백하수오의 효능으로 증명된 효과는
소화기능을 강화해서 자양강장하고 혈액을 보강해주는 효과와
몸을 따뜻하게 보하여 간접적으로 인체 생리가 정상화 되고
여성호르몬이나 뼈 생성이 촉진될 수도 있다는 점 등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백하수오 정말 여성갱년기의 만병통치약인가요?
'가짜백수오 사태'가 드러나기 바로 직전까지 최근 몇년간 '하수오'가 여성 갱년기 증후군의 만병통치약인 건강기능식품으로 선풍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몰의 붐에 힘입어 이와 같은 현상은 더욱 부채질 되었는데요
개인의 체질이나 건강상태를 막론하고 여성 갱년기 증상(안면홍조 및 열감, 번조, 한열왕래, 식은땀, 손발저림 우울감 등)에 모두 효능이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모습을 보고서 예전부터 한의사로서는 심히 염려가 된 면이 있었습니다.
백(하)수오가 분명 자양강장제로 보하는 측면에 있어 좋은 약재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천연 여성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켜 여성 갱년기 증상 개선에 좋다'는 논리에는 분명 오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백하수오, 적하수오가 두루 들어가는 명방(?)으로 소음인 한증 태음병(太陰病)에 쓰는 '적백하오관중탕'(赤白何烏寬中湯)이란 약을 예로 들어 설명을 드릴까 합니다.
적백하오관중탕은 "평소 소화력이 저하되어 있으며 성기능이 약한 소음인에게 사용하는 처방으로 소변이 시원하지 않고 몸이 잘 부으며 사지 권태감이 있는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처방"인데
물론 전반적인 컨디션을 향상시켜 자양 강장에 효과가 있는 측면은 있겠지만,
여성의 갱년기 증상에만 타겟으로 해서 사용되는 처방은 결코 아닙니다.
물론 건강기능식품도 백(하)수오 뿐만 아니라 다른 재료와 함께 제조하여 갱년기 증상 개선 효능을 기대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면 오히려 '당귀'나 '속단', '석류' 등의 약효를 주목해야하는데도
이런 특성이 백(하)수오 덕분인양 하는 광고에는 분명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기존에 여성 갱년기 증상 치료제로 당귀나 속단, 석류 추출물을 이용한 제품이 많기 때문에
기존 제품과의 차별성을 위해 백(하)수오를 광고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나 싶습니다.)
성분 분석을 한 연구들을 보더라도 여성호르몬과 관련된 효능은 거의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짜 백수오 사태'를 일으킨 '이엽우피소'는 무엇인가요?

어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기사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 중인 백수오가 함유된 제품 207개(건강기능식품 59개, 일반식품 148개)를 대상으로 이엽우피소 함유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엽우피소 미검출 제품 10개, 이엽우피소 검출 제품 40개, 이엽우피소 혼입여부 확인불가 제품이 157개로 밝혀졌다. 시중 유통 백수오의 5%만이 진짜..."
라는 결과는 심히 충격적입니다.
건강에 효험이 있다며 백(하)수오와 (적)하수오도 체질과 몸 상태를 불문하고사용되는 상황도 염려스럽지만
시중에서 백수오라고 둔갑하여 팔리는 이엽우피소의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이엽우피소는 국내 공정서에 기록되지 않은 약재로 백수오와 형태가 비슷하나 (국산이 아닌 중국산이 많으며)
재배기간이 1/3로 짧고 수확량도 더 많아 재배하는 농가들이나 건강기능식품을 담당하는 판매업자들에게는 익숙한 작물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엽우피소 자체도 일부 국가에서는 민간에서나 약용으로 사용되긴 합니다.
소화에 좋고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어준다는 효능이 전해져 오지만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아직 허용하지 않은 원료로서 효능과 부작용에 대해서 검증이 덜 되었으며
일부 논문에서는 소량 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백(하)수오와는 분명 구분되어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포스팅을 마치며
현대인들의 기대수명이 늘고 자신의 건강에 관심을 갖게되면서
운동이나 식생활, 그리고 건강기능식품에 이르기까지
많은 관심과 함께 그로 인한 관련 산업 분야(스포츠, 의료, 식품 산업)도 비약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한의사로서가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 볼 때
건강기능식품이나 의료 산업이 활발해지고 시장이 커지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당연한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건강할 때일 수록 더 몸을 잘 챙겨야 한다고 믿고 노력하는 편이어서...;;;

시간 날때마다 운동을 하고 한약 뿐 아니라 음식이나 영양제까지도 골고루 챙기려고 신경을 쓰긴 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생명이나 건강과 직결되어 있는 만큼 의료나 식약품 부분은 다른 분야와 다르게 좀 더 신중하게 접근되어야 합니다.
밥상에 올리는 음식도 어떤 이에게는 맞고, 다른 이에게는 안 맞는게 있는데,
하물며 건강을 위해 먹는다는 약품이 모두에게 좋다는 논리는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요?
제가 한의학만의 강점이라 생각하는 점은
치료나 약을 사람에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치료나 한약을 맞추는 "맞춤 치료"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부족한 점도 있지만 자신과 제 가족, 그리고 많은 분들의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침구과 전문의 한의사 곽현영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